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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6 02:18:18

페이스북에서 바로크 음악 관련 그룹의 운영자로 활동하며 하루에 수 십 가지의 포스트들을 승인 혹은 거절하는 일을 하는데, 요즘 들어 그룹 창설하신 분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포스트 승인 및 댓글을 위하여 일일이 들으면서 확인하는 그 작업조차 너무나도 번거롭고 귀찮게 여겨진다. 

 

나의 음악 취향은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 보통 나이 들면 클래식의 깊이를 알고 더 좋아지기 마련인데 난 바로크 음악으로 클래식을 입문하였고, 대학 시절에는 현대음악을 혐오했지만 작곡을 전공하였고, 졸업 후 인터넷을 통하여 다양한 음악들을 접하면서 드디어 대중음악의 가치에 눈이 뜨이게 된 것이다. 

 

내가 클래식을 멀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감상 시간도 그렇고 추구하는 사상 같은 것도 대중성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바로크 음악은 오페라 등의 성악 작품을 제외하곤 조금 덜 한 편인데, 고전시대부터는 교향곡이니 협주곡이니 암튼 뭐 하나 전곡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적어도 한 시간을 집중해야 한다. 

 

게다가 애초부터 교회 왕족 귀족 이런 고위직 사람들을 위하여 탄생했던 음악인만큼 좋게 말하면 품격 있지만 달리 말하면 너무나도 뜬 구름 잡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물론 베토벤 시대부터 이러한 경계는 많이 허물어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클래식 음악 하면 다가가기 힘든 그 무언가가 있다. 

 

클래식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배경지식, 서양 역사, 다른 문화 등도 함께 알아야 한다. 사실 나 또한 그래 왔지만 이제는 이것조차도 일종의 짐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대중음악은 내가 그 아티스트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처음 들을 때부터 거부감 같은 건 없이 정말 편하게 들어올 수 있었다. 

 

게다가 감상 시간은 평균 5분. 바쁜 현대인으로서는 정말 최적의 몰입 시간이다. 물론 글에 비유하자면 독서보다는 자극적이고 단문의 SNS에 중독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어쨌든 나는 이 5분에 그 아티스트의 모든 것들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듣는 건 금방이지만 한 트랙을 위하여 소비되는 시간, 물질, 인력 등등 그리고 수많은 생각과 감정들... 

 

클래식이 아무리 좋아봤자 결국은 죽은 사람들이 남긴 작품이기 때문에 우리는 작곡가의 의도를 백 퍼센트 파악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연주 해석에 있어서 너무 과하다고 뭐라 할 자격도 없다. 그런 말 하고 싶으면 천국 가서 인터뷰하고 오던가.

 

사실 지금 약간 흥분된 상태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결론은 클래식이 점점 싫어지고 그나마 그중에서 좀 들어왔던 바로크 음악조차도 이제는 듣는 게 질린다. 그 대신 이전 포스트에서도 말했지만 케이팝을 위시한 여러 가지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에 더 관심이 쏠린다. 이 현상이 잠깐 일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알 듯.

 

암튼 그래서 옛날에 비해서는 엔터테인트먼트 관련 기사나 블로그를 많이 본다. 죄송한 얘기지만 클래식 쪽은 국제적 콩쿠르에서 우승하지 않는 이상 기사에 잘 안 날뿐더러 나더라도 공연 홍보 이런 거지 별 재미없음. 

 

대표 사진 뭐할까 하다가 Wikimedia에서 가져온 이무진 씨. 본문에는 안 나타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