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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2 10:57:47

유튜브 메인화면에서 추천 영상으로 뜨길래 궁금해서 클릭을 했더니,

https://youtu.be/uvZhD64YcPQ

 

오잉??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랑 너무나도 비슷하다. 이거 말고도 바흐 칸타타를 여는 어느 신포니아와도 유사하다! 

 

 

이쯤 되니 작곡 전공자로서 요 며칠 사이에 크게 빵빵 터지는 표절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워낙에 당사자인 본인도 우리 모두도 민감한 부분이기에 최대한 자제하며 글을 쓰도록 하겠다. 

 

사실 위 영상 같은 경우, 그러니까 저작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바로크니 고전이니 낭만이니 이런 클래식 음악 시대에는 괜찮았다. 정확히 언제부터 지적 재산권이 확립이 된 줄은 모르겠으나 아마 20세기 들어서가 아닌가 싶다. 

 

아무튼 내가 가장 잘 아는 건 바로크 시대이니, 이 당시는 A라는 작곡가가 오페라 아리아나 협주곡의 한 악장을 만들었다고 하면, 다른 B 작곡가가 그걸 통째로 하나부터 열까지 그대로 가져다 써도 오케이이던 시대였다. 

 

이러한 예는 워낙에 비일비재하였고 그 예도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정도로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굳이 증거를 보고 싶다면 비발디의 오페라 바자제트를 들 수 있겠는데 비발디는 다른 작곡가들의 몇몇 아리아를 이 작품에 그대로 가져다 썼다. 

 

바자제트에 등장하는 몇몇 아리아의 원작곡가들 목록

가져온 곳: https://en.wikipedia.org/wiki/Bajazet_(opera) 

 

Bajazet (opera) - Wikipedia

Opera by Antonio Vivaldi BajazetPortrait of Vivaldi, 1725LibrettistAgostino PioveneLanguageItalianBased onLife of Beyazid IPremiere Bajazet (Italian pronunciation: [baʒaˈzɛ][citation needed]; also called Il Tamerlano[1]) (RV 703) is an Italian opera in

en.wikipedia.org

 

바로 위 링크의 위키백과 본문에도 있지만 이러한 차용한 경우를 따로 부르는 명칭, 즉 파스티치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하였듯이 바로크 시대에는 이것이 결코 저작권 침해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원작자의 명성과 체면이 유명 작곡가에 의해 세워지는 데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웃긴 건 위의 표에도 나와있지만 자신의 작품을 완전 똑같이, 혹은 악기 편성을 조금 달리 한 다른 버전으로 차용하는 경우들도 흔했다. 비발디, 바흐, 헨델 너나 할 거 없이 다 그랬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처럼 차용한 작곡가에 대해 비난하거나 결국 사회 속에서 완전히 매장시키는 경우는 아예 없었다. 

 

하지만 지금 21세기는 다르다. 클래식을 비롯하여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우주의 별들처럼 넘쳐나는 시대이고, 개인의 창작 활동의 결과물은 저작권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보호를 받게 된다. 여기에는 음악, 미술 작품, 서적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사실 지금 작성하고 있는 블로그 포스트도 엄밀히 따지면 운영하는 블로거의 순수 창작 작품이다. 한 번씩 자신의 블로그를 그대로 카피하여 도용하고 있다는 글들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방금도 사실 표절 의혹에 대한 참고할 만한 영상 하나를 봤었는데 결론은 이거다. 의도가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든 둘을 진지하게 놓고 딱! 비교했을 때 여러 방면(선율, 코드 진행, 편곡 스타일, 곡의 분위기 등)에서 곡 전체든 일부이든 90퍼센트 이상의 유사성이 보인다면 그건 충분히 논란과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시비 걸리면 억울한거고, 의도한거면 속된 말로 도둑놈 심보이고.) 클래식 계통의 작곡을 전공했던 나 같은 경우도 한 번씩 노래 만들어달라고 해서 몇 시간 동안 오선지 앞에서 끙끙대며 씨름하곤 했는데, 멋진 곡이랍시고 쓴 결과물을 흥얼거려보거나 피아노로 연주하면, 어디선가 많이 듣던 너무나도 익숙한 음악이 나와버려 깜짝 놀라고 얼른 덮어버린다. 이건 벌써 나 자신부터가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때는 사실 클래식밖에 몰랐었고, 케이팝, 제이팝, CCM, 영화음악 등 다양한 부류의 음악들을 두루두루 섭렵한 지금은 아마 더 심하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하면 남들이 여태껏 듣도 보도 못한 나만의 2백 프로 개성이 드러난 곡이 나올 수 있을까, 이것이 현시점에서 대박을 터트릴 멋진 노래를 만들고 싶은 내가 항상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세상에서 창작 분야에 종사하시는 유명인이든 무명인이든 모든 분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지고 또한 존경한다. 사실 음악 시장도 이미 포화상태가 된 지 오래인지라 게다가 나이도 좀 들어서 옛날처럼 신곡을 들어도 감흥이 잘 없다. 그 자리를 이무진이 잘 메워 주었었는데 이렇게 되어버리니 뭔가 이상한 기분이다.

 

 

마지막으로 이왕 비발디 바자제트 언급을 했으니 딱 한곡을 공유해 본다. 원래 작곡가는 파리넬리의 형으로 잘 알려진 리카르도 브로스키로, 실제로 파리넬리 영화에서도 이 곡이 배경으로 잠깐 나왔으나 어째서인지 OST에는 수록되지 않았었다. (위의 표에서 다섯 번째 항목)

 

출처: https://youtu.be/gSzctuPiNW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