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코만의 세계 RSS 태그 관리 글쓰기 방명록
2022-08-10 09:46:22

결론부터 말하자면 언어란 결국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문법, 발음 교정, 쉐도잉, 대본 받아쓰기 등등 영어를 잘하기 위한 온갖 수단과 방법들이 넘쳐나지만 나에게 맞지 않으면 제아무리 그것들이 좋아도 전혀 소용없다. 문법 이런 거 몰라도 단어 많이 몰라도 원활한 의사소통에는 정서적으로 통하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발음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솔직히 나 같은 경우 20대 중반에 왔고 원래 쓰던 (그리고 지금도 쓰는) 한국어도 경상도 사투리인지라 발음 교정, 말만 들어도 스트레스 지수 팍팍 올라간다. 어린 시절부터 써와서 이미 굳어져버린 혀를 하루아침에 고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초부터 다 포기하고 나만의 발음과 악센트를 고집해 왔었는데, 그렇다고 나 보고 발음 이상하다며 놀리거나 흉내 내는 외국사람 아무도 없었다. 

 

 

한 때 이 책을 미친 듯이 파고들었었다. 다니던 대학교 도서관에 있던 걸 우연히 발견하고 너무 마음에 들어 구입하기에 이른 경우인데, 솔직히 고백하건대 마스터하지는 못했다. 혼자서 공부하는데 한계가 있다 보니 보다가 지쳐서 포기하게 돼버린 것이다. 게다가 다른 문법책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문제를 풀고 답을 확인해보면 결과가 실망스러울 때가 적지 않았었다. 그러니 할 의욕이 전혀 생기지 않는 것이고 결국에는 포기하게 되고 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아예 안 보다시피 미국 생활을 해왔었고 몇 년 동안 평생교육원에서 관심 있는 분야를 꾸준히 공부하니 작년을 기점으로 나의 영어 실력이 부쩍 늘었음을 나 자신도, 가족과 주변 사람들도 느끼게 되었다. 물론 아직 취약한 부분들이 있어서 더 개발해나가야 하지만 여러 일들을 알아보고 처리하는 과정 속에서 문법을 몰라 주저한 적은 거의 없었다. 틀리던 맞던 그건 전혀 신경 안 쓰고 어떻게 해서든지 나의 뜻이 상대방에게 잘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일들을 진행시켰고 결과는 그야말로 대성공! 

 

옛날에는 수업 시간에 남들 앞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창피를 당한 안 좋은 경험이 몇 번 있어서 외국인 앞에서 실수를 연발하고 주저주저하고 그래서 결국은 질질 빼는 아주 안 좋은 습관들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사실 성격도 한몫) 이제는 그래도 예전보다는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애쓰는 노력들이 보이는 거 같아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그 적극성이 지나친 나머지 너무 예민한 게 또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아무튼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감사인지 모른다. 물론 자다 깨서 갑자기 먼저 튀어나오는 건 한국어이고 여전히 제일 편하긴 하지만.  

 

사실 이 글의 방향성을 잘 모르겠고 머릿속으로 그냥 사진 속 책을 잠깐 소개하려는 의도였다. 결론은 이미 서두에서 밝혔으니 외국 살면서 영어에 대한 고충이 있으신 분들의 로그인이 필요 없는 적극적인 공감과 댓글 언제든지 환영하니, 많은 참여 바람. 이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