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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30 02:31:42

웃지마 나 영어책이야
미안해요. 많이 웃었어요.. ;;;

 

진짜 솔직한 고백을 하자면, 저 옛날 철없고 감정 기복이 심했던 20대 시절까지만 해도 정말 책에 있는 글자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때로는 나의 주체할 수 없는 기분까지 실어서 그야말로 진짜 책 읽는 기분이 났었는데, 세월이 흐르고 점점 나이를 먹어가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러한 모든 것들이 그야말로 무용지물인 것만 같다. 이 책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몇 년 전과는 다르게 정독을 한다는 개념보다는 사람은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마련이라고, 진짜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만 추려서 사르르 훑어보는 정도로만 읽었다. (공들여 책을 집필하신 문덕 선생님께서는 조금 죄송한 발언이지만) 아무튼 대학 시절 1권을 처음 접하고 MD 보카까지 구입하기에 이르러 이 또한 열공(실은 필사) 중.

 

문덕 선생님의 이 책에서의 영단어에 대한 접근법이 개인적으로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미국에서 살다 보니 실생활 속에서 나도 모르게 한국어로 말하다가도 적절한 한국어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영어가 튀어나올 때도 있는데, 좀 억지스럽더라도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더 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린아이에게는 언어 사용에 있어서 혼돈이 올 수도 있지만, 이미 다 큰 성인으로서는 이런 후천적 학습과 특정 언어에 대한 자연스러운 노출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 경험해봐서 잘 알고 있다. 뭐 그리 썩 잘하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창원이라는 지방에 살면서도 나름 영어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아동 바동 했던 나 자신이 문득 떠올랐다.  

 

미국 생활 초반 역시 언어가 자유롭지 못해서 고생고생을 했었다. 하지만 정규 대학은 아니지만 나름 평생교육원을 통하여 공부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았고 나름 관심 있는 분야들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dash 하고 공부하니 어느새 나의 영어실력이 부쩍 향상됨을 작년에 특별히 많이 깨닫고 부모님께서도 매우 깜짝 놀라셨다. 

 

물론 공부도 공부이지만 미국 살면서 가졌던 좋은 습관은 바로 영어의 생활화인데, 앞서 말했던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튀어나오는 영단어도 그렇고, 쓰고 있는 IT기기들의 설정 언어를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해놓으니 최소한 영어 울렁증은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잘 알고 자신 있는 분야 관련 웹사이트 들어가도 아무련 두려움이나 장벽 같은 건 전혀 없다. 

 

남들이 들으면 자기 자랑만 늘어놓는 거 같지만 그만큼 외국어라는 것이 진짜 서바이벌 같은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잘하게 되겠지라는 막연함이 아니라, 정말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식의 환경적인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따라 주지 않으면 미국에서 몇십 년 살아도 영어 한 마디도 못하는 바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연령이 비슷한 주변 친구들만 봐도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어릴 적 외국물 좀 먹은 애들은 한국어 영어 이렇게 최소한 2개 국어가 자유로운데, 다 커서 유학 오거나 가족 따라 이민 오거나 하는 경우는 본인이 피 터지게 노력해서 잘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 유학생들끼리 맨날 놀고 한국 책만 읽고 한국 드라마나 예능만 보고 이런 식이다 보니 간단한 영어 회화조차도 못하는 경우 또한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사실 애매한 게 여기 조지아주의 몇몇 대학에서만 인정하는 영어 시험을 친 적이 있는데, 그 당시는 지금만큼 잘하지 못했고 긴장을 너무 해서 중급 정도로 나왔었다. 이후 아이엘츠가 필요할지도 몰라 잠시 공부도 했었지만, 난 확실히 시험을 잘 보는 타입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방황하느라 너무 많은 term이 생겨버려 시험 시간에 가지게 되는 긴장감 같은 걸 나 스스로 조정하는 능력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뭐 상황은 아이엘츠도 JLPT도 전혀 필요하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서 이제는 더 이상 신경은 관두지만 아무튼 결론은 어학 시험 점수와 실제 구사 능력은 사람에 따라서 비례할 수도, 혹은 정반대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새로 올라온 동갑내기 유튜버 JM님의 태국 대학생들과의 인터뷰가 담긴 영상은 그야말로 신선했고, 또 좋은 자극이 되었다. 나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도태되지 않도록 매일 열심히 노력하고 실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