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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9 05:28:49

미국 생활 딱 15년이 된 시점에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적인 교육과는 한마디로 바이 바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록 초중고대를 모두 한국서 나왔지만, 졸업 후 미국을 살게 되고 또 여러 가지 이런저런 공부를 전부 영어로 하게 되다 보니 이제는 한국어가 좀 낯설다고 해야 할까. 일반적인 의사소통에는 문제없지만 대사관 같은 곳의 공문서, 혹은 전문적인 분야를 다룬 뉴스나 다른 대중매체 등은 어려워서 무슨 의미인지 스스로 파악할 수 없다.

 

물론 한국에 살아도 자기 분야 아니면 잘 모르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문제는 확실히 학창 시절과는 엄청난 갭이 존재하는 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제목에도 썼듯이 고등학교 시절에는 적어도 다니던 학교 예체능계 중에서는 영수가 항상 탑이었고 수능도 둘 다 80점 만점에 50점은 거뜬하게 넘겼었다. 대학시절에도 어학교육원과 교양과목을 통하여 영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분사구문, 조동사 같은 이런 단어들에도 익숙했었다.

 

하지만 미국 와서 무료 ESL 수업도 들어보고 평생교육원 등을 통하여 관심있는 것들을 영어로 공부하기 시작하니 이제는 분사구문이 뭔지 조동사가 뭔지도 모르겠고 문장 분석 자체도 안 된다. 사실 오늘 지식인에서 누가 나한테 1대 1 질문으로 이런 용어들이 포함된 질문을 올려주셔서 죄송하다고, 미국 오래 살아서 잘 모른다고 답을 남겼었다.

 

수학 역시 마찬가지. 사실 학교 다닐 때 서술형 문제에 엄청 약했었는데 오히려 미국 십 년 넘게 산 짬빱(?)으로 칸 아카데미에서 수업 들으며 문제를 푸니 어느새 영어로 된 서술형 문제를 읽고 고개를 끄덕이며 문제는 거침없이 푸는 나를 발견하고 매우 깜짝깜짝 놀라곤 하는 요즘이다. 

 

사실 한국서 가져온 중학교 수학 교재며 정석, 그리고 고등학교 개념원리(공동수학, 수학 1)를 이제는 필요 없다고 과감하게 버렸었는데 요즘 들어서 후회하는 중이다. 그래서 신판이라도 구매해볼까 뒤져봤는데 설명 적힌 교재 따로 있고, rpm인지 rpg인지 암튼 이 r로 시작하는 건 설명보다 문제가 더 많다고 한다. 지식인에 이 둘의 차이점을 찾아보니 결론은 제대로 공부하려면 이 둘을 다 사야 한단다.

 

어제까지만 해도 사실 이것들을 살 마음이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우선, 내 방엔 더 이상 이 책들을 구비해둘 공간이 없다. 완벽주의 성격상 책을 다 사야 하는데 인내심을 가져야 하고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부담도 조금 있다 등등 따져보니 결국에는 오늘 구입하지 않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미국서 공부하는 거 미국 스타일에 맞춰야지, 그리고 칸 아카데미가 워낙에 체계적으로 잘 되어있다 보니까....

 

그래서 우선에는 여기서 더하지도 덜지도 말고 지금의 페이스를 계속 잘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